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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맘과 함께 살던 일곱 살 꼬마가 얼굴도 모르는 친아빠를 찾아 나서기 위해 가출을 감행한다. 그런데 문제는 꼬마가 찾은 아빠가 여자라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원래 남자였는데, 그 새 여자로 성을 바꿨다. 일곱 살 아이의 정신 세계에서 트렌스젠더가 이해될 수 있을까? 여자가 된 아빠는 딱 일주일만 남장을 하고 아빠 노릇을 하기로 한다. 이 바람에 그녀의 사랑도 위기에 처한다.

영화 제목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는 일곱 살 꼬마의 눈높이에서 자신의 아빠를 논평하는 말이다. '좋아한다'는 말은 왠지 아빠가 여성 취향적인 것 같다는 얘기인데, 바로 그렇게 성적 정체성의 특수한 문제를 이해할 수 없는 시점과, 부모 자식간이라는 보편적 관계가 충돌하는 것이다.  

날라리 삼대의 좌충우돌을 다룬 <과속스캔들>처럼,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 역시 부모 자식간의 엉뚱한 재회라는 대동소이한 설정을 보여준다. 다른 것이 있다면, 가족 휴먼 드라마의 틀 안에 민감한 성적 정체성의 문제를 슬쩍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대중영화이므로, 호흡은 결코 진중하거나 계몽적이지 않다.

이 영화의 핵심은, 아빠는 당연히 남자여야 한다는 통념을 거역해 보는 것이다. 거기서 뭔가 색다른 해프닝과 갈등, 화해의 드라마를 끄집어 내려는 접근 자체는 신선해 보인다. <7급 공무원>의 천성일 작가가 쓴 시나리오라 그런지, 감칠맛 나는 대사도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예상치 바깥으로 나가지 않는 드라마는, 밋밋하게 전개되다가 맥 없이 수습된다. 이를테면, <과속 스캔들>의 오디션 행사 신처럼 파국의 위기가 불러내는 서스펜스가 빠져 있다. 각각 소리에 민감하다는 설정으로, 두 사람이 천생 부자지간이라는 걸 강조하는 걸로는 가족 재회극의 감동이 쉽게 만들어지지 않을 뿐더러, 이나영이 연기하는 남자 행세하는 여자 아빠도 그다지 드라마틱하게 우스꽝스럽지 않다. 남장한 거 빼고는, 사실 이나영의 연기는 언제나 그렇듯 별로 임팩트가 없다.  

미소 지으며 볼만한 영화라는 생각은 든다. 그러나 기억에 남을만한 영화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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