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에선 전통적으로 일본영화들의 인기가 높다. 올해도 요시다 슈이치의 원작 소설을 유키사다 이사오가 영화화한 <퍼레이드>나 우에노 주리 주연의 <신부의 수상한 여행 가방>, 코레에다 히로카즈가 연출하고 한국배우 배두나가 주연한 <공기인형> 같은 영화들이 일찌감치 표가 동나며 인기를 얻었다.

주류 매체가 외면하므로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한국에는 적지 않은 일본 문화 마니아들이 존재한다. (필자도 그 중에 한 명이라면 한 명이다). 아이돌그룹 '아라시'나 'V6'의 광범위한 팬층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소설 '1Q84'는 번역본이 출간되자마자 단순에 베스트셀러가 됐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이야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유독 극장가에서만큼은, 일본영화는 (상업적으로 또는 대중적으로) 크게 주목받지 못해왔던 게 사실이다. 일본문화 개방 초창기에 <러브 레터>나 <웰컴 미스터 맥도널드> 등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지만 이후로 일본영화는 한국시장에서 마이너리티의 자리로 밀렸다. 간혹 <일본침몰> 같은, 그러니까 반일 감정을 거꾸로 확인시키는 영화들이 반짝 인기를 얻었거나, 꽃미남 배우 오다기리 죠를 앞세운 영화들이 예술영화 전용관을 중심으로 지지를 얻었을 뿐이다.

그러나 일본영화들이 갖는 특유의 매력까지 간과될 수는 없다. 일본영화 안에는 인물들 간의 관계 또는 그들이 처해 있는 상황을 미시적으로 들여다보며, 그 안에서 보편성을 건져 올리는 뚝심, 또는 그들의 만만치 않은 영화적 전통이 만들어낸 내공이 느껴지는 작품들이 많다. 일본적인 것과 보편적인 것이 무리 없이 어울리며 공감대를 만들어낸다. 물론 가끔 실소를 자아내는 졸작들도 많지만 그건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일 터. 어쨌든 그래서 일본영화는 한국에서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꾸준히 소비되고, 회자되고 있다.

이런 배경 때문인지 특색 있는 일본영화제들이 잇따라 열리며 그 저변을 확장하려는 행보를 옮기고 있다.  올 가을, 평소 국내 극장에서는 쉽게 만나볼 수 없는 일본영화들이 대거 몰려 온다. 메가박스 일본영화제와 핑크영화제, 그리고 <남자는 괴로워> 특별전이 그것이다. 각각 그 컨셉트가 전혀 다르고, 그래서 더 다채로운 영화 세계를 맛볼 수 있는 기회들이다. 관심 있는 분들은 이런 영화제와 함께 깊어가는 가을을 만끽해보시는 것도 괜찮은 문화 생활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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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영화제
11월 5일~11일
씨너스 이수


지난 2007년 시작된 이 영화는 일본의 핑크 영화를 여성 관객들을 대상으로 상영하는 독특한 컨셉트의 영화제다. 핑크 영화는 쉽게 말해 야한 영화다. 그러나 단순히 야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정사 장면이나 러닝 타임 등 일정 규격을 지킨다는 전제 하에 감독의 상상력이 무한대로 보장됐기 때문에, 일본의 걸출한 명감독들을 배출한 일종의 등용문과도 같은 역할을 해왔다. 수오 마사유키, 히로키 류이치, 구로사와 기요시 등 현대 일본영화의 대표 감독들이 모두 핑크영화 출신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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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굿바이>의 타키타 요지로 감독도 80년대에 그 제목부터 '핑크스러운' <치한전차-속옷검사>(오른쪽 사진)라는 작품을 남기기도 했는데, 올해 영화제는 이 영화를 비롯해 핑크계 최고의 멜로로 꼽히는 <OL 러브쥬스>, 일본 최고의 핑크퀸으로 2005년 요절한 배우 하야시 유미카의 자취를 추적하는 <안녕 유미카> 등 총 10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여성 관객들만을 대상으로 한 데 대해, 영화제측은  "여성이 주체가 되어 자신의 성적 쾌락에 대한 질문과 진화하는 여성상에 대한 탐색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남성관객들도 실망하지 마시라. 개막일인 5일과 일요일인 8일에는 '특별히' 남성도 입장할 수 있다.
-자료 제공: 씨너스 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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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박스 일본영화제
11월 11일~15일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


올해로 벌써 6회째를 맞는 메가박스 일본영화제(J-MEFF)에선 최신 일본영화와 특색 있는 고전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올해는 특히 영화 <고질라>와 함께 일본 괴수영화의 대표급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가메라> 시리즈 세 편이 상영된다. <기시와다 소년우연대> 시리즈도 주목할만하다. 일본 간사이 지방의 기시와다라는 곳을 배경으로 두 소년의 우정, 사랑, 싸움을 그린 이 시리즈는 박력있는 청춘의 모습을 웃음과 감동으로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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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섹션에는 미우라 시온의 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개막작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오른쪽 사진)를 비롯, 중년의 오타쿠가 세상과 소통을 하는 <수호천사><강아지 마메시바><동정방랑기>, 열혈 청년들의 무모하지만 아름다운 도전을 그린 <스랙커즈><성을 쌓아라!>, 세상의 편견과 당당히 싸우는 <오사카 햄릿><굴거리 나무>, 사랑에 대한 두가지 시선을 그린 <오토나리~사랑의 전주곡><열정> 등이 상영된다.
-자료제공 : 메가박스 일본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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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괴로워> 특별전
11월 14일~25일
씨네코드 선재

한국에 <전원일기>가 있다면 일본엔 <남자는 괴로워>가 있다. <남자는 괴로워>는 인정희극의 대가 야마다 요지 감독의 전설적인 가족 코미디 시리즈로, 탄생 40주년을 맞아 그 대표작들이 국내에 소개된다. <남자는괴로워> 시리즈는 어리숙하지만 인간미 넘치는 주인공 '토라'를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뜻한 정에 대한 향수를 선사해 왔다. 1969년 첫 시리즈가 시작된 이후 주연 배우인 아츠미 키요시가 사망한 1995년까지 무려 26년간 총 48편의 작품이 완성돼 세계 최장수 시리즈물로 기록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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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남자는 괴로워 특별전>에서는 시리즈 전체 에피소드 중 일본 내에서 가장 인기를 끌었던 주요 작품 10편이 상영될 예정이다. TV판의 결말에 시청자들의 항의가 쇄도하자 야마다 요지 감독이 직접 재기획에 나선 에피소드 1편 <토라, 우리의 사랑스런 여행자>(오른쪽 사진)를 시작으로 시리즈 최종작이 된 에피소드 48편 <토라의 장밋빛 인생>까지 사랑 이야기(에피소드 15 <토라, 여가수를 다시 만나다>)를 필두로 셋방살이의 어려움과 결혼적령기에 들어선 여자들의 고민(에피소드 9 <토라의 셋방>), 대학 수험에 실패한 열혈 청춘의 고민과 사랑(에피소드 42 <나의 삼촌, 토라>) 등 우리네 인생사의 여러 단면들을 소박하고 유머러스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자료제공: 영화사 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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