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 상상력이 선사하는 행복감

영화 이야기 2009. 7. 28. 16:50 Posted by cinemAg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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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가 내놓는 애니메이션 치고 재미 없는 게 별로 없다. 게다가 훌륭하기까지 하다. 지난해 <월 E>가 그랬고, 올 여름엔 <업>이 그렇다. 개인적으로 <이웃집 토토로> 이후 가장 감동적으로 본 애니다.

<월 E>가 쓰레기 처리 로봇의 모험을 통해 앙증맞은 문명비판을 선보였다면, <업>은 순수한 세계에 대한 인간의 근원적 동경을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 놓는다. <업>이 대단한 것은, 일상의 공간을 순식간에 모험의 재료로 뒤바꾸는 독창적 상상력과 더불어, 어린이도 청년도 의인화한 동물이나 기계도 아닌, 애니메이션과 그닥 어울리지 않을 법한, 가장 현실적인 할아버지를 판타지의 중심에 놓는 전복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개발업자들의 회유에도 끄덕없이 집을 수호하던 할아버지, 밤새 수만 개의 수소 풍선을 매달아 집을 두둥실 떠올린다. 이제부터 집은 거주의 공간이 아니라  꿈의 공간을 향해 항해하는 비행선이 된다. 선행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억지로 할아버지의 도우미를 자처하는 엉뚱한 꼬마가 얼떨결에 동행한다. 비행하는 집은 할아버지가 죽은 아내와 함께 꿈꿨던 멋진 폭포가 있는 어느 오지로 이들을 실어 나른다. 그러나 거기에는 이상한 개들이 있다. 타조처럼 생긴 거대한 새도 있다. 누군가의 사주를 받은 말하는 개들이 맹렬하게 새를 뒤쫓는 가운데, 할아버지와 꼬마는 이곳에서 벌어지는 기묘한 모험에 휘말린다.

현실에서 상상을 건져 올리고, 상상의 세계에 현실감을 덧입히는 <업>은, 그래서 3D 애니라는 형식 말고도 이야기 자체가 입체적이다. 우선 두 주연 캐릭터가 그렇다. 칼은 아내와의 행복했던 과거를 곱씹으며 외롭게 살아가는 완고한 할아버지다. 그의 여정에 불청객처럼 끼어든 러셀은 너무나 아이스러워 앙증맞다. 철 없는 아이와 철이 너무 든 할아버지의 철 모르는 모험은 어드벤처 특유의 쾌감을 향해 쾌속 항진하며 상상력의 행복감을 객석에 선사한다. 모처럼 어른과 아이들 모두 즐길 수 있는 꽤 훌륭한 애니메이션이다. 투썸업! 7월 2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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