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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몸을 뒤틀기 시작하면, 애저녁에 튼 것이다. 명색이 금세기 최고의 아동 문학을 자처하는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인데!

일단 러닝타임 2시간 반! 방학 맞은 들뜬 가슴 안고 극장 찾은 어린이들의 기대감이 아무리 크다 할지라도 5분이라도 지루함 못견디는 인류에겐 너무 긴 시간이다. 게다가 그 두시간 반이 혼쭐을 쪽 빼는 모험 신이 아니라, 뒷골목의 음모로 이어진다면. 과연, 내가 찾은 극장 안의 아이들은 난리가 났다. 지루함을 못참아서.

하여, <해리포터와 혼혈왕자>는 더 이상 어린이를 주 고객 리스트에서 제외시켰음을 노골화한다. 사실 이런 징조는 전편이었던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에서 어느 정도 예고됐던 것이다. 과연 이 땅의 어린이들이 체제의 부조리에 저항해 혁명을 일으키는 소년소녀 마법사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만약 그렇게 믿었다면, 원작자 J.K.롤링이나 감독 데이비드 예이츠는 번짓수를 한참 잘못 찾았다. 아님 이제 그만 어른들의 세계로 뛰어 넘자고 결심했던가.

후자라고 믿고 싶더라도, 6편은 좀 아니다. 꽤 훌륭했던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에 비하면 여기저기 각색의 흠이 보인다. 마법약 수업 해프닝에 집중하다가 볼드모트의 음모로 점프컷하고, 덤블도어는 진작에 그러지 뒤늦게 수퍼맨이 되고, '죽음을 먹는 자들'은 진작에 그러지 뒤늦게 덤블도어를 위협한다. 짝짓기에 여념이 없는 론은 자기 집이 불탔는데도 슬퍼하기는커녕 헤르미온느와의 삼각 멜로 라인을 쌓느라 '선택 받은 이' 해리의 모험을 나몰라라 한다. 말포이의 어두운 음모는 자주, 그리고 너무 쉽게 해리에게 들킨다. 6편쯤 오니 결말도 살짝 엿보인다. 굳이 원작을 잃지 않아도 7개의 호크룩스 중 마지막이 무엇일지...

죽든 살든 해리포터는 끝내 서구문화권에서 무한 반복되는, 저 지루하고도 지루한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가 될 운명일 터! 그 밑밥을 깔아 놓는 6편의 포석은, 그러니 뻔할 수밖에 없다. 시리즈 사상 최고의 지루함이다. 이건 그냥 <해리포터: 죽음의 성물>을 위한 징검다리일 뿐이라고? 몸부림 치는 저 악마같은 아이들을 인내하느라 견딘 2시간 반은 어쩌라고?


2007/07/17 - [영화 이야기/비하인드 박스오피스] - 생각 많아진 해리포터가 흥행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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