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즌 종영 위험에 처한 새로운 미드들

라디오걸's 통신소 2009. 5. 12. 10:20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올해 2008-2009시즌에도 새로운 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그 중 <멘탈리스트> 정도가 독보적이고 다른 야심작들은 잠잠하기만 하다. 20분짜리 시트콤계는 더욱 심각해 올해는 두고 두고 남게 될 장수 프로그램이 탄생하기는 커녕 2시즌까지 확정지은 시트콤이 한 편도 없다.

 
1. CBS. 워스트 위크, 보기가 괴로워
worst week, Kurtwood Smith, Kyle Bornheimer, Erinn Hayes

영국의 BBC one에서 2004년과 2005년에 2시즌까지 방송된 <Worst  week of my life>의 리메이크.  이 프로그램의 기본 플롯은 이거 하나. 일이 꼬일라니 한없이 꼬인다! 'Anything that can go wrong, does'

임신한 여자친구와 여자친구 부모님을 뵈러 갔지만 안 좋은 일만 연이어 빵빵 터지는, 뒤로 넘어져도 눈 코 입 이마 턱 다 깨지는 운도 지지리도 없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시트콤이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배우는 <70쇼>에서 "dump ass"를 입에 달고 사는 깐깐한 아버지 레드 포먼 역의 커트우드 스미스. 특유의 불독 같은 얼굴로 공포 분위기 조성하며 주인공과 대치한다.

잘 보이기 위해 개를 산책시키러 나갔다가 잃어버리고 오는 건 예사, 예비 장모님이 해 놓은 음식에 오줌을 싸고, 장인이 죽은 줄 알고 장례식을 치르려 하며, 아끼는 차를 폭발시키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눈쌀을 찌푸리다 못해 보기조차 괴로운 사건들이 한 에피소드에 몇 개씩 나온다. 처음에는 황당해서 웃다가도 점점 보고 있는 것 자체가 거북해질 지경. 물론 저건 황당한 코미디에 불과하다며 마음을 다져도 '우리 집안에 저런 놈 들어오면 당장 내 쫒아"라며 감정 이입을 하면서 "That's enough"라고 외치고 싶어진다. 미국 시청률도 점점 떨어져 15에피소드만에 막을 내리고 말았다.

2. CBS, 게리 언메리드, 신선한 설정 뻔한 웃음
Gary Unmarried, Project Gary, Jay Mohr, Paula Marshall

이혼한지 6개월된 돌싱남 게리의 이야기 <게리 언메리드>다. 아이들 때문에 만날 수 밖에 없지만 계속 티격태격하는 전부인과 이 두 사람의 결혼 카운슬러였던 전부인의 약혼자, 게리와 새로 사귀게 된 다정한 듯 까탈스런 이혼녀, 또 똑 부러지는 딸과 아무 생각 없는 아들이 주요 인물이다.
 
미국에 이런 이혼가정이 워낙 많을 터이다 보니(미국 뿐만은 아니지만) 갈등을 억지로 만들어내는 행복 단란한 가족 드라마보다 오히려 굉장히 현실적인 설정으로 다가온다. (결혼 반지가 피자 박스 위에 툭 하고 떨어지는 오프닝도 마음에 든다.) 하지만 문제는 드라마 자체에 '특별함'이 빠졌다는 것. 이 시대 기혼 혹은 이혼 남녀들이 이해할 만한 상황들이 자주 나오긴 하지만 웃음이 잘 터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  그래도 이번 시즌 시트콤 중 유일하게 22에피를 오더 받았으나 2시즌까지 이어갈 지 미지수. (하지만 CBS는 지난 5월 19일, 게리 언메리드 2시즌을 제작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


3. NBC, 캐스 앤 킴, 막장 모녀의 어이없는 대화들

"Kath & Kim

문제 아주 많은(dysfunctional) 모녀의 엽기 황당 코미디. 호주에서 5시즌까지 달리며 인기를 끌었던 시트콤의 리메이크 작이다. <금발이 너무해>나 <헬보이>에서 지적이고 강렬한 이미지로 나왔던 셀마 블레어가 백치미의 화신으로 등장하니 새로움을 선사. 또한 나름 신선하고 재미있는 유머 코드가 많이 나오는데, 이런 식이다.
 
"엄마! 나 결혼하자 마자 내 방을 헬쓰 클럽으로 만들면 어떡해?"
"아니, 그게 근데 저 얼룩말 무늬 러그 이쁘지."
"오, 정말 이쁘다. 진짜 괜찮아."

둘이 물어 뜯을 듯 싸우다가도 옷 이야기, 연예인 이야기만 나오면 공감대 200%를 형성한다거나 현란한 의상으로 터질듯한 가슴과 허벅지를 내놓고 몰을 거닌다거나, 마지막 장면엔 늘 선탠을 하며 연예인 가십으로 마무리 하는 이 생각 없는 모녀를 보면 키득키득 웃음이 나온다.

문제는 아무리 짜증나는 막장 캐릭터가 진상을 피운다 해도, 다음 에피를 보고 싶은 드라마가 있고 그렇지 않은 드라마가 있는데 이 드라마는 후자라는 것. 평이 엇갈렸으나 결국 2시즌을 오더 받지 못하고 17에피로 1시즌이 끝나버렸다. 19일에 다음 시즌 방영 여부를 발표된다고는 하지만, 거의 가망성이 제로. 어쩌면 <워스트 위크>와 마찬가지로 <캐스 앤 킴>도 외국 드라마의 리메이크작이었기에 미국의 문화 코드에 흡수되지  못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렇다면 남미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어글리 베티>는 왜 이렇게 잘나가는 건데?)

아무튼 작년에는 <사만다 후>같은 드라마가 주인공 크리스티나 애플게이트의 매력과 아기자기한 시나리오로 온갖 찬사를 등에 업으며 2시즌을 계약했었고 (요즘 재미가 좀 떨어져 3시즌으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음.) 또 독특한 대화법을 자랑하는 '너드'들의 반란 <빅뱅이론>이 이번 2시즌에서 더욱 인기를 끌면서 CBS와 4시즌까지 계약한 것과는 달리 올해 실적은 무척 저조하다.
 
의외의 웃음 코드건, 황당무계한 상황이건, 얄미울 정도로 앞 뒤가 들어맞는 시나리오건, 죽여주는 대사빨이건, 엉뚱 발랄한 캐릭터건 무언가가 확실한 웃음 코드가 있어야 하는데 위의 세 시트콤은 아이디어와 설정은 나쁘지 않았으나 캐릭터의 매력이나 짜임새가 전반적으로 부족했으며, 그러다 보니 자연스러운 웃음을 끌어내지 못했다.  

안타깝지만 이번 학번 신입생 중에는 제대로 웃겨주는 녀석이 없었다. 다음에는 정말 우리를 포복절도 시켜줄 오락부장이 들어오려나.  그래서 요즘 위의 시트콤들을 마저 다 보는 대신 장수 시트콤의 포스를 두루 갖고 있는 <두 남자의 1/2>이나 <윌 앤 그레이스>를 다시 보면서 깔깔거리고 있다.

아, <모두가 크리스를 싫어해Everybody hates Chris> 도 이번에 4시즌으로 막을 내린다.


                                                                                                                  posted by 라디오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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