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건데, 이런 종류의 음악은 한 때 혐오스러운 대상이기까지 했었다.
소녀 취향의 말랑말랑한 멜로디 전개와 유리알처럼 굴러가는 맑은 보컬 톤에 별다른 자극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음험한 변태 취향의 나는 팔 다리가 잘리고, 피가 철철 넘쳐흐르는 고어 성향의 헤비메탈이나 포르노 무비에 등장하는 요염한 여성의 신음소리 같은 소울에서 더 많은 오르가즘을 느끼곤 했었다.
해맑은 팝 음악이란 마치 츄파춥스 캔디처럼 단 맛 뒤에 충치를 선사할 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부터 들리기 시작했다. 미친 것이거나 늙은 것이다.
더구나 그 낯간지러운 가사에 눈물 한 방울마저 고이는 이상한 현상마저 경험하게 된다.
어느 소녀의 죽은 영혼에 빙의되었다는 책임회피성 변명은 하지 않으려 한다.
단지 몸이 늙으니 귀가 현명해졌다고나 할까?

스크루지 영감의 꿈처럼 때때로 과거 어느 시간으로 돌아가곤 한다.
그 곳엔 지난 시간 아무 것도 아니었던 풍경과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이제야 그 아무 것도 아닌 것에 새삼 매혹되며 잊혀졌던 이야기를 그리워하게 된다.

몇 달 전, 어느 여성의 휴대폰 컬러링으로 알게 된 이 곡은 인도네시아의 모던 록 그룹 mocca의 <i remember>이다. 가사의 내용을 조금 소개하면 이렇다.

'나는 기억해요. 당신이 나에게 눈짓하던 모습을...
나는 기억해요. 우리가 나누고 약속했던 모든 것들을...
당신은 기억하나요? 그 12월 우리가 비를 맞으며 춤을 추었던 때를...'

니체는 말했다. 망각하는 자는 행복하다고.
그러나 이제는 알겠다.
가끔은 비어버린 기억의 한 공간을 메우고 싶어 미쳐버릴 것 같은 날도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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