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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영화들이 한명 또는 두 명의 주인공을 내세우고 있습니다만, 우리가 아는 걸작 가운데는 굉장히 많은 주인공들을 한꺼번에 내세우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언뜻 떠오르는 영화로도 <숏컷>이나 <러브 액츄얼리>, <크래쉬> 같은 작품들이 바로 그런 경우죠.
여러 이야기들이 동시에 정신 없이 전개되지만, 결국 퍼즐 맞추 듯 하나의 틀로 모아지면서 영화의 주제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는 방식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관객 입장에서는 훨씬 더 많은 주의력이 요구되지만, 그 노력에 상응하는 감동을 얻으실 수 있는데요.

아일랜드산 영화 <인터미션>도 바로 그런 영화입니다.

감독: 존 크로리
출연: 콜린 패럴, 킬리언 머피,켈리 맥도널드, 케리 콘돈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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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도 낯익은 배우 콜린 패럴이죠. 가게 점원에게 작업을 걸고 있군요. 제법 선수다운 능란한 솜씨, 점원이 슬슬 넘어가려던 찰나. 저런, 천하의 몹쓸...강도였군요. 수법도 가지가집니다. "핵심은 이거야, 넌 아무 것도 모른다는거지. 어떤 일이 일어날지."

그렇습니다. 우리 인생에선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것도 알 수가 없죠. 내일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지게 될지, 혹은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게 될지, 우리는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이런 예측 불가능성은 종종 우리의 인생을 꼬이게 만듭니다. 상처는 바로 거기에서부터 시작이 되죠. 하필 결정적인 순간에 들이닥친 경찰에 쫓겨 꽁지 빠지게 도망가는 리프(콜린 패럴)도 한치앞을 모르는 건 마찬가지.

영화 <인터미션>은 리프의 말처럼,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 것도 모른채 살아가는, 각양각색의 인물들과 그들의 사연을 펼쳐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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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사이인 존과 오스카는 대형 마트에서 함께 근무합니다. 둘다 일보다는 땡땡이 치는 걸 더 즐겨하는, 불량 사원들이죠. 헌데 존은 얼마 전에 여자 친구와 헤어졌습니다. 그런데 헤어진 여자 친구가 벌써 다른 남자를 만나고 다닌다니...그것도 중년의 대머리 남자라니. 존은 괜시리 울화통이 터집니다. 그리고는 다짜고짜 헤어진 여자친구 디어도라를 찾아갑니다. 다시 만나달라고 애원이라도 하기 위해서일까요? 이미 헤어진 상황에서 질투에 눈이 멀어 버린 젊은이, 참 딱해 보입니다. 그것도 모자라 디어도라에게 저주와 욕설을 퍼붓는 존. 속이 시원해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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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또 한명의 인물이 있습니다. 직업은 형사, 공명심으로 똘똘 뭉친 영웅주의자이기도 합니다. 그의 시야에 건달 리프가 딱 걸려 들었습니다. "내가 널 주시하고 있어! 알았어?"

영화가 어째 살짝 범죄 영화처럼 흘러가는데요. 지금 이 두 인물은 앞서 설명한 존과 오스카와는 전혀 상관 없는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습니다. 영화 말미에 이르면 이들 모두 퍼즐처럼 하나의 그림으로 엮입니다.

젊은 애인이 생겼다며 아내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떠나는 남자가 있습니다. 이 대머리 중년 남자를 사로 잡은 젊은 애인은 누구일까요? 바로 존의 헤어진 여자친구죠. 이쯤 되면 이 영화의 이야기와 인물들이 도미노처럼 연쇄사슬로 엮여 있다는 것을 눈치채셨을 겁니다. 조금 더 들어가볼까요? 리프는 또 다른 범행 대상을 물색합니다. 그런데 하필 그게 또 디어도라의 중년 애인이군요.

디어도라의 엄마와 여동생 샐리가 쇼핑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심드렁한 얼굴에 멋이라고는 전혀 부릴 줄 모르는 샐리는 만사가 귀찮은 표정입니다. 어쨌든, 지금까지는 그냥 저냥 진행되던 이야기에 마침내 돌발 사태가 벌어집니다. 두 모녀가 내린 직후, 버스가 뒤집혀 버리는 사고가 난 것입니다. 개구쟁이 꼬마 녀석이 버스 유리창에 돌을 집어 던졌기 때문이죠. 이 사건은 이후에 전개될 더욱 복잡한 사건을 만드는 계기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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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남자 친구를 집에 초대한 디어도라는 졸지에 버스 승객들을 구출한 엄마와 동생의 무용담을 들어주게 됐습니다. 헌데, 샐쭉하고 까칠한 샐리가 언니의 연애 행각을 곱게 봐주지 않는 것 같습니다. 사실 샐리가 저러는 건 뼈아픈 실연의 고통을 겪었기 때문이죠. 남자친구에게 배신당한 뒤 모든 남자를 불신하게 된 거죠.

그런 여자 여기 또 한 명 있습니다. 디어도라에게 남편을 빼앗긴 중년 여성 놀린, 그녀는 상처를 극복할 방법을 찾기 위해 친구의 도움을 요청합니다. 과연 방법이 있을까? 한편, 존의 친구 오스카는 상처가 아니라 외로움이 문제입니다. 그는 오늘도 그 외로움을 달래줄 도색 비디오를 물색 중입니다. 이럴 때의 기분은 정말 처참하다는 것을 그의 표정이 말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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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은 헤어진 연인에 대한 미련을 떨쳐내지 못해 고통스럽습니다. 오스카는 밤마다 찾아오는 처절한 외로움을 감당할 수 없어 괴롭습니다. 놀린은 14년간의 평화롭던 일상에 갑자기 찾아온 균열을 받아들이기가 힘듭니다. 샐리는 배신한 애인에 대한 증오를 떨쳐낼 수 없어 치를 떱니다.

영화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 각자의 상처를 들여다 봅니다. 사연이야 다들 다르지만, 모두들 힘들고 지치고 고통스러워 하는 건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인터미션>이라는 영화 제목대로 이들 모두에겐 막간의 휴식 시간이 필요한지도 모릅니다.그 휴식은 어디에서 얻을 수 있을까요? 그들의 상처와 외로움을 치유할 명약은 어디에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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