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청 높던 검사들, 어디로 숨었을까?

별별 이야기 2008/07/25 11:16 Posted by PD the ripper
DJ 정부 출범 직후, 박상천 법무부 장관실에 방문했던 어느 시민단체 관계자의 증언이다. 당시, 박장관은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대화 중, 회의를 위해 대기중이던 검찰 간부들을 가리키며, 다음과 같은 발언을 토해냈다고 한다.
 
"이 ** 들이 DJ 찍은 줄 아십니까? 여기 이 **들이 DJ 대통령 막으려고 무슨 짓을 했는지 아세요?"
 
당시, 다소곳이 앉아, 장관의 호통을 듣고 있던 검찰 간부중 한 사람이 바로 현 정부 검찰의 수장인 임채진 총장이다.

누구든 정권을 잡으면 심복중의 심복을 법무부 장관에 앉힌다. 김대중 정부의 박상천, 노무현 정부의 천정배, 이명박 정부의 김경한 장관. 이들의 공통점은 딱 두가지. 하나는 율사 출신이고, 또 하나는 대통령의 의중을 누구보다 정확히 꿰뚫고, 그에 따라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대통령의 심복이 인사권을 틀어 쥔 상황에서, 자신들의 생사여탈권을 쥔 법무부 장관에 맞서는 일은 쉽지않다.

비록, 법 조항을 삭제했다고는 하나, 검사 동일체의 원칙과 상명하복의 조직문화가 지배하는 검찰의 생리는 여전하다. 누군가 검찰 수뇌부의 의사에 반하는 행동을 하려면, '옷 벗을 각오'를 해야 한다. 그리고, 정의로운 누군가가 자신의 양심과 신념에 따라 행동하면, 정말로 옷을 벗어야 하는 곳이 바로 검찰이다.

정의와 진실? 이런 건 사치에 가깝다. 후배 검사가 상관에 임용되면, 자연스럽게 '옷을 벗어야'하는 검찰의 조직 문화가 보여주듯, 그들은 상관에 대한 '복종'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정권은 법무부 장관의 인사권을 무기로 검찰을 장악해왔고, 검찰 수뇌부들은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정권과 발을 맞췄으며, 일선 검사들은 '복종의 조직 문화'를 거역하지 못하고, 끌려 다닌다.

물론, 예외가 있었다. 지난 2003년 3월 9일 '검사와의 대화'. 평검사들이 '무엄하게도' 대통령에게 검찰권 독립을 외치며 맞섰다. 군대 못지 않은 검찰의 생리상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그날, 평검사들은 불이익을 감수하고라도, 검찰을 정치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진정한 독립기관으로 만들겠다는 신념에 따라 카메라 앞에 섰다고 주장했다. 언뜻, 검사 동일체 원칙과 상명하복의 전통을 깨버린 것 처럼 보였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그들은 결코 검찰의 조직 논리를 거스른게 아니었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무소불위였던 검찰의 '독점 권력'을 어떻게든 분산하려했다.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를 폐기하고, 경찰에게도 기소권을 주는 방안까지도 검토하던 시점이었다. 검사들은 검찰의 권력을 반토막 내려는 시도를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항거했다. 겉으로는 '독립'을 부르짖으며, 뒤로는 정권 핵심부와 경찰 간부들의 비리를 캐내 위협하면서 격렬히 저항했다. 따라서, 당시 검사들의 행동은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에게만 '하극상'이었을 뿐, 검찰 조직의 생리와 전통을 거역한 '배신 행위'가 아니였다는 말이다.

최근, 촛불시위를 주도한 네티즌과 KBS 정연주 사장, MBC PD수첩을 향한 검찰의 칼날을 보며, 2003년 당시, 대통령에게 맞섰던 검사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옷 벗을 각오'로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외치던 평검사들은 지금의 상황을 지켜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선배들의 저항을 지켜봤던 지금의 평검사들은 촛불집회과 방송장악을 겨냥한 검찰의 정치적 행보를 지켜보며, 그저 '정당한 법 집행일 뿐'이라는 검찰 수뇌부 주장에 온전히 수긍하고 있는 것일까?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목놓아 외치던 평검사들은 지금, 도대체 어디에서 뭐 하고 있을까?

'검사와의 대화'로 부터 5년이 흐른 뒤, '권력의 시녀' 노릇을 자처하는 검찰 수뇌부와 침묵하는 평검사들을 지켜보며, 2003년의 용기가, 실은 객기였고, 검사들이 원했던건 검찰의 독립이 아니라, 기득권 수호였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 사족 1. 이 땅에서 40여년을 살아온 나는, '부패한 검사'가 구속됐다는 뉴스를 거의 본 기억이 없다. 반면에, '부패한 경찰'이 구속됐다는 뉴스는 거의 매주 한 두건씩 들어 본 것 같다. 과연, '부패 공화국'이라 불리는 대한민국에서, 유독 검사들만 청렴하기 그지 없는 것일까?  

* 사족2. 검사들은 외부인과 골프를 칠 때, 자신들의 본명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나는 검사들의 가명 사용을 목격하고, 의아했던 적이 있다. 그들이 가명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시때때로 발효되는 고위층의 '골프 금지령' 때문에?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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