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상영전 광고, 도를 넘었다

영화 이야기 2008. 5. 23. 10:25 Posted by cinemAgora
멀티플렉스에 갈 때마다 상영에 앞서 봐야 하는 광고들이 짜증을 불러 일으킨다. 그냥 몇 편 트는 수준이면 그러려니 하겠다. 이건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어제 <인디애나 존스>를 보러 극장에 간 김에 작심하고 광고 시간을 재봤다. 거의 20분이다. 관객들이 광고에 지루해 할까봐 중간 중간 영화 예고편을 삽입해 놓는 '잔머리'를 굴렸지만, 30편에 가까운 광고를 줄곧 틀어대는 그 뚝심에는 할 말을 잃었다.

지난해 한 멀티플렉스 업체의 분기 영업 이익을 분석했던 PD the ripper님의 포스트 영화산업, 극장을 바꿔라 !'에 따르면 전체 극장 수입에서 상영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불과한 반면, 팝콘과 콜라 등의 식음료 판매 수입과 스크린 광고 수입이 무려 80%를 차지했다.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만 부대 수입의 거의 절반인 37%에 달한다고 한다. 극장들이 광고를 무한대로 늘리고 있는 사정을 짐작할만한 대목이다.

그런데 이건 앞뒤가 맞지 않다. 식음료야 관람객들이 자의에 의해 구매하는 것이지만, 광고의 경우엔 관객 입장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극장측이 틀어대는 광고를 말그대로 '닥치고' 봐야 한다. 엄연히 영화 관람료를 이미 지불하고 입장한 유료 관객에게 무료 시청을 전제로 방영하는 TV 광고의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셈이다.

안보면 그만 아니냐고 하실 분도 있겠다. 눈이라도 감고 있어야 할까? 그렇다고 언제 영화가 시작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광고 다 끝날 때까지 상영관 입장을 미룰 수는 없지 않은가. 광고도 영상이니 그냥 마음 비우고 즐기라고 하실 분도 있을 것 같다. 나는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돈을 지불했지, 천지 사방에 넘쳐나는 광고를 무려 20분이나 꾹 참고 보기 위해 지갑을 연 게 아니다.  

여전히 세상 물정 모르는 얘기일까? 이런 얘기도 영업의 자유를 훼손하는, 큰일날 '좌파적' 망언으로 들리실까? 뭐 좋다.
관객이자 소비자인 나는 광고 시청 시간만큼의 돈을 환불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니면 광고를 틀지 말든가, 틀거면 그만큼의 요금을 계산해서 관람료에서 빼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단히 실용적이고 시장주의적 접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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