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켜보는 카드?

별별 이야기 2008. 4. 20. 12:40 Posted by cinemAgora


" 학원! 통신! 병원! 약국! 학원 통신 병원 약국"

'현대카드 H'의 광고는 기계음의 목소리가 부르는 노래로 시작된다. 그리곤 들려오는 음성. "어쩜 우리 가족을 이렇게 잘 알지?" 난데 없이 공룡 새끼가 나와서 '생각해봐'라고 묻는다. 그리곤 현대카드를 대변하는 듯한 자신만만한 목소리는 그 해답을 즉각 알려준다.
"라이프 스타일을 현미경처럼 분석하니까."

현대카드가 현미경처럼 분석해 광고로 내놓은 대한민국 평균 가정의 라이프 스타일이 과연 저러하다면, 참으로 처연하다. 이 가정은 소득의 상당 부분을 자녀들 사교육비로 지출하며, 자녀들은 틈나는대로 휴대폰에 코를 박고 살고 있고, 가끔 고액의 유료 정보도 이용하나 보다. 게다가 골골 대는 사람들이 많아서 허구헌날 병원과 약국을 들락거려야 하는 약골 집안이 아닌가 싶다.

어쨌든 저 광고를 보며 나는 끔찍해진다. 카드사가 내 라이프 스타일을 현미경으로 분석한다고? 사양하고 싶다. 헌데 생각해보니 그렇다. 매월 날아오는 카드 사용 내역서를 보면, 어떤 분야에서 얼마나 썼는지 촘촘하게 분석돼 있다. 나로선 도움이 아주 안되는 정보는 아니지만, 그 정보를 카드사가 활용해 또 다른 마케팅 툴로 사용할지도 모른다는 것은 언짢은 일이다. 그들은 어쩌면 내 일상의 동선을 훤히 꿰뚫고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어느날 이런 텔레마케터의 전화를 받게 될지도.

"주로 인사동의 A 음식점을 이용하시는데요, 저희 제휴점인 안국동의 B 음식점을 애용해주심은 어떠신지요. 그리고 고객님 매주 금요일마다 가시는 홍대 앞의 C 바보다는 신촌의 D 바가 훨씬 저렴하고 서비스도 괜찮답니다. 주유는 매번 가시는 거기 바로 옆의 주유소를 이용해주시면 최고 10%의 할인 혜택 누릴 수 있으시구요. 고객님의 라이프스타일을 꼼꼼히 분석하고 있는 H 카드 상담원 박팍써였습니당~"

어느새 카드사가 내 일상의 빅브라더가 될 수 있음을 광고로 자랑 삼는 시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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