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M 興 業 (흥 UP)


                                         은영이 남매의 소원


초등학교 4학년인 나의 큰딸은 인터넷을 이용해 숙제를 하고, 틈틈이 학급 홈페이지에 들러 친구들에게 쪽지와 댓글을 남긴다. 가끔 친구들이 집에 찾아오는 날에도 재잘거리며 놀이터를 뛰놀지 않고, 번갈아 가며 온라인 게임을 즐긴다. 이런 모습을 볼 때면, 가히 인터넷 강국이라는 말이 허명이 아님을 실감한다. 그런데, 딸의 이런 모습을 마주할 때마다 떠오르는 아이들이 있다. 촬영을 위해, 이른바 ‘빈민촌’을 들렀다가 만났던 은영이 남매.


노점상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할머니와 함께, 허름한 단칸방에서 생활하며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니던 그 아이들은, 소원이 무엇인지 묻는 내게, 수줍은 목소리로 인터넷을 할 수 있는 컴퓨터를 갖고 싶다고 말했다. 이유를 묻는 내게 돌아온 대답은 예상외로 ‘친구를 사귀고 싶어서’였다.


어쩌다 한 번, 할머니가 치마 속 전대에서 꺼내주는 꼬깃꼬깃한 천원 짜리를 들고 PC방에 가서 허겁지겁 밀린 숙제를 해왔던 그 아이들에게 ‘싸이월드’와 ‘카트라이더’는 다른 나라 이야기였다. 온라인으로 쪽지와 댓글을 남기며 우정을 쌓아가는 게 요즘 아이들이고 보면, 가난으로 인해, 인터넷 강국의 수혜를 누릴 수 없는 아이들은 친구를 사귀는 것조차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우리 사회의 ‘대다수’가 인터넷 강국의 혜택을 누리며 생활양식을 바꿔 나가는 사이, 가난 때문에 이를 따라잡지 못한 ‘소수’가 남모르는 고통을 겪고 있었다. 인터넷은커녕, PC방 출입조차 쉽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이 같은 ‘발전’이 반가울 리 없다. 정보가 빛의 속도로 전달되는 시대에, 인터넷은커녕 밥을 굶는 결식아동만도 15만 명을 넘어선다고 하지 않는가.


다행히 은영이 남매에게는 모 통신기업에서 제공한 컴퓨터와 인터넷 무료 이용권이 주어졌다. 친구들처럼 ‘디지털 라이프’를 시작하게 된 은영이 남매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나는 30여 년 전 친구들과 뛰놀던 고향집 골목길로 돌아갔다. 초고속 인터넷은 고사하고, TV 조차 드물었던 그때, 전봇대와 조약돌을 놀이기구 삼아, 몸으로 부대끼며 친구를 ‘느꼈던’ 그때. 지금도 가끔,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딸을 보며, 그 시절을 그리워한다.


-월간 좋은 생각 4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Posted by PD the ripper
별별 이야기 l 2008/03/25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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