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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이야기 2007. 11. 4. 22:21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pat metheny group <(it's just)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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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유일한 목표는 빨리 치는 것 따위가 아니라 진짜 멜로디를 뽑아내는 것이다.”


어느 날, 재즈의 창시자 루이 암스트롱에게 후배가 물었다.
"선배님, 재즈란 무엇입니까?"
한 동안 생각에 잠겼던 루이 암스트롱이 대답했다.
"친구, 재즈란 스윙하는 것이라네."
대답이 떨어지자 마자 후배는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스윙이란 무엇입니까?"
다시 혼자만의 침묵에 잠겼던 루이 암스트롱은 자리를 일어서 bar를 나서며 말했다.
"그걸 알게되면 나에게도 좀 알려주게!"


팝 칼럼니스트라는 직업을 가진 나도, 재즈란 여전히 알 수 없는 무엇이다. 몇 권의 책을 읽고, 음악적 식견이 뛰어난 선배들의 고언을 들을 때면 '아, 재즈란 이런 것이구나!'하는 착각(!)에 빠질 때가 있다. 하지만 언제나 그 때뿐이다. 새로운 재즈 음악을 접하고 그 익숙치 않은 모양새와 난해한 해석에 빠져 들 때가 되면 재즈란 도무지 알 수 없는 또 다른 무엇으로 진화해 가기 때문이다.

팻 메스니의 음악을 처음 들은 것은 20년도 더 된 것 같은 청소년기의 어느 날이었다. 그의 음악을 들려준 선배에게 물었다.
"팻 매스니? 어떤 음악이야?"
리듬에 맞춰 고개를 까닥이던 그 선배는 이렇게 말했다.
"시냇물이 흐르는 냇가에 앉아 집에서부터 정성스럽게 가져간 유리 잔을 조심스럽게 놓고, 맛있는 와인 한 잔을 따르는 기분의 음악..."
지금이나 그 때나 그 선배의 이야기는 해석불능이다. 그러나 팻 메스니의 음악을 듣다보면 가끔, 아주 가끔 그의 느낌이 무엇이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되는 날이 있다. 음악과 내가 절묘하게 합일치가 되는 날이라고 할까? 그 날들 중의 대부분은 어딘가로 여행을 가는 차안에서 이루어진다. 창문을 열고 미풍에 머리를 날리며, 한 번도 머문적 없는 낯선 풍경을 지나쳐 달리다보면 팻 매스니가 말을 걸어오곤 한다. '어때 친구, 이제 재즈를 좀 이해하겠나?'

1955년(혹은 54년 생으로 알려져 있다.) 생인 팻 메스니는 이미 대가의 경지에 오른 기타리스트이다. 10대 시절, 버클리와 마이애미 대학에서 교수로 활동했을 만큼 그 실력은 일찌기 재즈 음악계에 알려져 있었다. 라일 메이스와의 공동 작업을 통해 예측 불가능한, 그러나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주고 있는 그의 음악적 계적은 정통과 퓨전의 틈바구니 어딘가에 위치한 독창적인 것이다. ECM 레이블 시절을 통해 천재적 역량을 과시하면서부터 재즈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지만, 대가의 일대기가 그렇듯 다양한 변주와 변신을 통해 폭 넓은 스펙트럼을 들려준다.

그의 방대한 발표작들 중 개인적으로 가장 사랑하는 음반은 '87년 Geffen 레이블 시절 발표한 [(still life) talking]이다. 브라질 음악에 대한 애정이 담뿍 담겨 있는 이 음반은 이어폰을 귀에 꼽는 순간 지구 반대편의 열대림 가득한 원시의 자연으로 나를 데려다 준다. 보사노바와 삼바가 있는 나라. 호나우지뉴의 현란한 개인기와 끝없이 펼쳐진 사탕수수밭이 있는 나라. 앨범의 수록곡 중 <last train home>은 수 많은 프로그램의 시그널로 사용될 만큼 대중적으로도 알려진 작품이다. 그러나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은 앨범에 4번 째로 담긴 <(it's just) talk>이다. 낯선 여행지에서 낯선 누군가가, 아니면 낯선 풍경들이 말을 걸어오는 듯한 이 곡은 인천 공항의 트랩을 오르는 순간부터 언제나 내 mp3에서 플래이 되는 곡이다. 여행을 위한 충실한 동반자라고 할까?

재즈란 이해하기 힘든 음악이다. 그 구성이 그렇고, 그 진화의 단계들이 그렇다. 그러나 그렇기에 재즈란 매력적인 음악이다. 예측 가능한 서술 구조와 뻔한 결론에 식상한 우리들을 오즈를 찾아 떠나는 도로시처럼 만들어 줄 수 있는 음악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선택은 여러분들의 몫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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