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이치 사카모토 - 코다

영화 이야기 2018. 6. 21. 13:44 Posted by cinemAgora

음악가는 소리를 통해 철학하는 사람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음악은 우리의 청각에 닿는 단순한 음의 조합이 아니라, 소리라는 감각적 추상언어로 상징화된, 세상과 인간에 대한 음악가의 생각과 논평입니다.

일본 뮤지션 사카모토 류이치는 그런 철학적 음악가로서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입니다. 그는 안타까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의 생각을 소리의 조합으로 풀어 냅니다.

그런데 그가 소리를 조합하는 방식은 자연과 매우 밀접한 관련을 맺습니다. 이를테면 그는 새 소리와 바람 소리와 물통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채취해 음악에 삽입합니다. 얼음이 녹는 소리를 "낚기 위해" 북극까지 찾아갑니다.

바이올린의 활로 심벌즈의 측면을 긁어서 소리의 전형성에 도전하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그는 끊임 없이 새로운 소리를 찾아 헤매는 구도자와도 같아 보입니다.

다큐멘터리 <류이치 사카모토- 코다>의 첫 장면에서 그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폐허가 된 마을을 찾아갑니다. 그곳에서 쓰나미로 인해 물에 잠겼던 피아노를 연주해보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는 말합니다.

"쓰나미가 순식간에 밀려와서 소리를 자연으로 되돌려 놓은 겁니다. 그래서 나는 자연이 조율해 준 그 쓰나미 피아노 소리가 굉장히 좋게 느껴져요. 즉, 일반적인 피아노 소리는 인간이 억지로 조율한 부자연스러운 상태인 거지. 인간에겐 그게 자연스러운 소리겠지만 자연의 관점에선 아주 부자연스러운 거죠. 그런 억지스러움에 대한 혐오감이 내 안에 있는 것 같아요."

<류이치 사카모토 - 코다>는 한 음악가의 필터를 통해 추출된 한 편의 간결하며 아름다운 영상 사운드트랙입니다. 규격화된 대중 음악의 "억지스러움"에 지쳐 있다면 당신은 이 영화를 통해 쉼과 통찰을 동시에 얻을 수 있을 겁니다. 다행히 아직 극장에서 상영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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