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청한 나라만 아니면 된다

별별 이야기 2018. 2. 24. 17:28 Posted by cinemAgora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표현이다. 반대로 "한국인인 게 부끄럽다"는 표현 역시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한국인이라 자랑스럽지도, 부끄럽지도 않다. 나는 그냥, 동아시아에 달린 분단 국가, 한국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 사람이며, 이 공동체의 시민들이 서로 만족하며 살 수 있는 시공간을 꿈꾼다.


자랑스럽다. 부끄럽다. 이 두 표현은 모두 외부의 시선을 의식한 결과다. 우리 언론은 외신들이 한국 이슈를 어떻게 보도하는지 타전하는 걸 까먹지 않는다. 심지어 올림픽 중계에서조차 한국 선수들이 메달을 따는 순간을 외국 언론이 어떻게 중계 방송했는지를 보여준다. 외부 세계가 우리를 어떻게 보는지를 신경 쓰는 것은 한국 특유의 유교 문화, 특히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다 보면 정작 가장 중요한 내실을 빠트릴 때도 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 '보여지는 것'에만 급급하다는 얘기다. 팩트는 이렇다. 한국인은 OECD 국가 중 멕시코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시간을 일하고 중하위권의 임금을 받는다. 세계 10대 스포츠 강국이며, 최첨단 IT 강국인 한국은 자살률 1위 국가이기도 하다.


세상에서 자기 나라를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국민은 미국인들이다. 미국에 가보면 그들의 애국심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무슨 국경일도 아닌데, 주택가에는 거의 한 집 걸러 한 집씩 성조기를 달아 놓았다. 그런데 미국은 세상에서 가장 미움을 많이 받는 나라이기도 하다. 20세기 들어 가장 많은 침략 전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매년 1만 명 이상이 총기 사고로 죽는 나라가 미국이다. 그런데도 많은 미국인들은 그런 자기 나라를 매우 자랑스러워 한다. 멍청해 보일 지경이다.


나는 우리 공동체의 시민들이 그렇게 멍청해지지 않기만을 바란다. 자랑할 필요도,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이 멍청해지지 않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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