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효과

별별 이야기 2018. 2. 24. 17:25 Posted by cinemAgora

저널리즘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한 데는 2차 세계 대전이 촉매제가 되었다. 당시 연구자들은 독일인들이 나치의 말도 안되는 선동에 그렇게 쉽게 넘어갈 수 있었다는 걸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건 실제로 벌어졌다. 미디어 또는 언론을 동원한 선동 효과는 매우 광범위하게 위력을 떨쳤다.


그래서 저널리즘 연구 초창기에는 언론은 대중에게 매우 강력한 영향을 미치며, 언론에 반응하는 대중의 태도는 수동적이자 획일적이라는 견해가 우세했다. 그래서 이때의 저널리즘 연구 동향을 이른바 '대효과 이론' 또는 '피하주사 이론' '탄환 이론'이라고 부른다. 한마디로 언론의 영향력은 강력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이론은 1960년대 들어 비판과 반론에 직면했다. 대중은 그렇게 수동적이지만은 않으며 그들이 언론 보도를 접하며 갖는 태도는 개인마다 다르고 경우에 따라선 언론 보도를 능동적이고 선별적으로 수용한다는 견해가 우세해졌다. 이걸 '소효과 이론' 또는 '제한 효과 이론'이라고 부른다. SNS 시대의 상황을 관찰하면, 소효과 이론이 맞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대효과 이론이 더 적합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SNS도 자유롭지 않다. 많은 이들이 주류 매체의 보도를 인용하고, 미디어 수용자들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다종다양의 현상을 해석하는 태도 역시 주류 미디어의 프레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프레이밍(틀짓기)은 언론이 사회 현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정함으로써, 사람들이 무엇이 중요한지를 가늠하게끔 유도하는 것이다. 이 프레이밍을 동원하는 현대 매스미디어는, 당연하게도 대효과를 노린다. 그들이 보는대로 사람들이 세상을 보기를 원한다. 나로선 마뜩지 않게도 실제로 그렇다.


여자 팀추월 선수들에 대한 사람들의 관점과 태도 역시 마찬가지다. 언론의 마녀사냥은 많은 이들로 하여금 선수들을 비난하도록 유도했다. 하지만 또한 많은 이들이 언론이 그려 놓은 프레임을 내면화한 나머지, 그것을 자신의 주체적인 생각이라고 착각한다. 한번 그렇게 관점이 잡혀 버리면 다른 의견을 좀처럼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다. 사람은 심리학적으로 '인지적 구두쇠'이기 때문이다.


방송 기자 출신이며 대학원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한 내가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은 건 언제나 이것이다. '미디어를 의심하라.' 왜냐면 그들은 수용자의 즉자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가장 자극적인 상황을 보도 가치가 있는 사건으로 취사 선택하며, 또한 그것을 가장 자극적인 방식으로 보도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미디어를 믿지 않으면 누굴 믿으란 말인가. 그러게나 말이다. 하지만 방법은 있다. 논조가 다른 2개 이상의 매체를 통해 스스로 균형을 잡는 것이다.


언론이 객관적이란 건 환상이다. 어느 언론도 완전히 객관적일 수 없다. 한국 언론은 한미동맹을 지지하며 반공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방송 언론에게 한국은 결코 "한국"이 아니라 "우리나라"다. 민족주의 또는 국가주의 프레임에 포획되어 있다. 국제 보도는 다를까? 중동이나 아프리카, 남미, 동남아시아 등 제 3세계에 대한 정보는 제한적인 대신, 미국과 유럽 등 서구에 대한 정보는 차고 넘친다. 정보 자체가 불균형적이다.


그래서 객관성은 수용자들이 추구해야 하는 미덕으로 남는다. 사실 어떤 경우에도 객관이란 불가능하다. 미디어의 보도 태도 자체가 다분히 주관적이며 수용자의 집단 의식에 영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간주관성 inter-subjectivity'이라는 개념이 유효성을 갖는다. 말 그대로 주관과 주관 사이의 지점이다. 참고로 하는 주관이 많아질수록 객관에 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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