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 바탕의 영화인 경우 미국영화의 자막은 대체로 이렇다.
아주 심플하다. "실화에 바탕을 둠"
그런데 한국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했을 때 자막은 경향적으로 이렇다.
"이 영화는 실화를 모티브로 하고 있지만 주요 인물과 사건 등은 영화적으로 각색되었거나 허구가 들어가 있습니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이상, 실화 바탕의 영화에 영화적 허구가 들어가 있는 것은 상식이다. 그걸 꼭 이렇게 주저리 주저리 밝혀야 하는 이유는 무얼까?
이유는 간단하다. 이 나라에 여전히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검열관이 많기 때문이다.
임상수 감독의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영화 중에 '박정희'라는 말은 한번도 나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장례식 화면을 썼다는 이유로 유족이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그의 손을 들어줬다. 그래서 해당 장면이 무지 처리되며 시작하는 코미디가 연출됐다.
대통령은 그냥 개인이 아니라 역사적 개인이다. 무지막지한 공인이다. 그러므로 표현의 자유 영역에서 예외적으로 명예를 보호받아야 한다는 건 난센스다.
<변호인>은 어떤가. 누가 봐도 고 노무현 전대통령 이야기다. 그런데도 주인공 이름은 송우석이다.
눈가리고 아웅.
이런 게 켜켜이 쌓여 거대한 '위선 사회'가 되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면서 정작 '자유'가 없는 나라 말이다.
여기는 솔직함이 미덕인 나라가 아니다. 한국인은 뒷담화 능력에선 필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