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 더 씨

영화 이야기 2016. 4. 19. 15:24 Posted by cinemAgora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 부부를 일컬어 흔히 '브랜젤리나'라고 부른다. 이름을 합성해서 부를만큼 금술이 좋아서일까? 여하튼 두 사람이 꽤나 잘 살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은, 두 사람이 실제 부부 사이로 출연한, 그러나 어느 권태기의 부부를 담은 영화 <바이 더 씨 By the Sea>에서 역설적으로 확인된다. 안젤리나 졸리가 각본과 연출, 주연을 맡고 남편 브래드 피트를 극 중의 남편으로 (아마도 매우 싼 값에) 캐스팅한데다 자신과 더불어 공동 프로듀서까지 시킨 작품이다. 하니, 브래드 피트는 보나마나 안젤리나 졸리에게 꽉 잡혀 사는 남편임에 틀림 없다(좋은 남편이다).

"바닷가에서"라는 뜻의 제목 그대로, 영화는 뉴욕 출신의 결혼 14년차 부부가 프랑스의 한적한 바닷가 마을에 휴양을 오면서 시작된다. 남편 롤란드는 한때 잘나가는 작가였지만 지금은 글빨이 예전같지 않다. 뭔가 영감을 얻을 수 있을거라는 기대 반, 아내 바네사와의 퍽퍽해진 관계를 회복하려는 기대 반을 품고 이곳에 왔지만, 장소만 바뀌었을 뿐 부부의 일상은 딱 권태기의 모습 그대로다. 롤란드는 늘 바깥으로 돌고 술에 절어 있으며, 바네사는 거의 호텔 방에서 갇힌 듯 지내다 식료품을 사러 나가는 게 전부다. 나누는 얘기도 늘 거기서 거기. 냉랭함을 감춘 화목한 대화들의 파편적인 연쇄.

이런 가운데 바로 옆 방에 이제 막 결혼한 프랑스인 커플이 신혼 여행차 묵으면서 상황이 묘해진다. 프랑스 커플은 어쩌면 롤란드와 바네스가 한창 서로를 열렬히 사랑할 때 그랬을 법한 모습을 기시감처럼 보여준다. 그래서 그들은, 바네사에겐 일종의 잊었다가 다시 찾은 거울과도 같다. 남편에 대한 적개심, 젊은 부부에 대한 묘한 동경과 질투는 바네사를 어떤 종류의 게임으로 몰고간다. 그리고 이 게임에 중독된 바네사는 미필적 고의로 남편 롤란드를 동참시킨다.

영화 <바이 더 씨>는 감독 안젤리나 졸리의 수준급 스토리 텔링 능력과 녹록치 않은 연출 감각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자신이 창조한 인물에 빙의된 연기는 당연히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는데, 연출자로서의 안젤리나 졸리는 인간의 관음 욕망과 트라우마, 창작의 재료로써의 고통이라는 여러 화두들을 뒤섞어 놓았다. 여백과 스타일이 리드미컬하게 조응하는 이 영화는, 정확하게 드러나 있지 않지만 아마도 1970년대 언저리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 미장센을 보여준다. 그래서일까? 편집과 음악조차 1970년대 프랑스 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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