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리데이

영화 이야기 2016. 3. 22. 16:25 Posted by cinemAgora




한국의 청춘 영화는 대체로 어둡다. 청춘이란 게 그렇다. 스무살 무렵의 청춘은 더욱 그렇다. 말만 "푸른 봄" 같은 나이지만 그건 지나고 나서야 가늠할 수 있는 것이고, 당사자들에겐 도통 뭐가 푸른지, 뭐가 봄인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여전히 어른들의 영향권에 있지만 자기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할 시기, 청소년도 어른도 아닌 시기, 불투명한 미래 앞에 마냥 불안하기만 한 시기. 과거의 성적으로 사회가 구분한 서열의 냉혹한 무대 위에 서야 하는 시기. 우정이 세상의 전부라고 알았는데 진로가 갈리면서 그것도 아닌 시기. 달뜬 리비도에 한없이 무기력한 시기. 고로, 스물은 포기와 배신을 알아야 하는 나이이기도 하다. 잔인한 시즌이다.


<글로리데이>도 청춘 영화다. 앞서 말한 청춘의 정의대로, 이 영화는 스스로 제목을 배신한다. 청춘에게 '글로리'란 없다. 더 정확하게 말해 오늘날의 청춘에게 영광은 없다. 그들은 뭐가 뭔지, 어디로 가야 할지 갈팡질팡하다가 사회가 쳐 놓은 덫에 된통 걸릴 위험에 노출된, 몸만 어른인 아이들이다. 더더욱, 정글 사회의 법칙은 그걸 호되게 일깨운다. "너희들은 이제 더러워져야 한다. 그래야 살아 남는다."


누가 감히 청춘을 아름답다고 했던가. 그건 그다지 아름답지 못한 청춘을 보낸 이들이, 그보다 훨씬 더 아름답지 못한 세상의 이치를 잔뜩 내면화하고 난 뒤, 스스로를 토닥이기 위해 만든 환상, 가정법 과거완료형의 판타지일 뿐이다. 그러므로 이 사회의 청춘은, 본래적으로 잔혹한 시즌이다. 이 영화에는 그런 청춘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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