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스 Youth

영화 이야기 2015. 12. 25. 12:22 Posted by cinemAgora

영화 <유스 Youth>는 제목을 배신하는 것처럼 보인다. 주인공이 80대 노인들이기 때문이다. 한 때 잘나가던 지휘자였지만 지금은 은퇴한 프레드 벨린저(마이클 케인), 생애 마지막 작품의 시나리오 작업에 골몰하는 그의 영화감독 친구 믹 보일(하비 케이틀)이 그들이다. 이들은 스위스의 풍경 좋은 리조트 호텔에 머물고 있다. 평생지기답게 자주 차와 식사를 나누며 좋았던 시절을 회고한다. 심지어 그들의 청춘 시절 첫사랑이었던 여자와 믹이 잠자리를 했는지에 대한 가물가물한 기억을 놓고 티격태격한다.


이제 그들 앞에 놓인 것은 생의 마무리 단계에 놓인 공허로움 뿐이다. 프레드는 과거를 놓아버림으로써 공허에 굴복하고, 믹은 그래도 창작 활동을 계속하겠다는 열정으로 공허에 저항한다. 그래도 늙어가는 육체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 두 사람은 서로의 전립선을 걱정하며 소변을 시원하게 보았는지를 안부 삼는다. 영화는 대비적으로 리조트 호텔에서 일하거나 방문한 젊은이들의 싱그러운 육체를 보여준다. 그들은 늙어감과 죽음의 방문을 맞이할 운명의 이들을 더욱 초라하게 만든다.


그러나 과연 '젊음(Youth)'이란 무엇인가. 노인은 젊음을 잃은 대신 지혜를 얻는다는 것은 항상 진리가 아니다. 영화 속에서는 10대 소녀가 80년을 산 노인도 깨닫지 못한 통찰을 입에 담는다. 젊음이란 생물학적 차원의 청춘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또한 그것은 완숙의 반대말도 아닐 것이다. 영화에 따르면 젊음의 반대어는 죽음이다. 생물학적 죽음 뿐만 아니라, 영혼의 죽음, 즉 자아를 잃어버린 상태, 그것과 함께 젊음도 상실된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전해줄 수 있다면, 존재와 행위를 통해 자국을 남길 수 있다면, 그것 자체가 젊음이다.


<유스>는 걸출한 영화다. 이탈리아 출신의 파울로 소렌티노가 연출하고, 마이클 케인과 하비 케이틀, 레이첼 와이즈와 폴 다노의 명연기가 우아하면서도 통찰적이며 유보적인 인생론을 풀어낸다. 영화 막판에 등장하는 제인 폰다의 강렬함이란! 늙어감에 굴복하는 그녀의 자포자기는 완숙(또다른 의미에서의 젊음!)의 포스가 무엇인지를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반갑게도 한국의 소프라노 조수미가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영화에서 생각을 찾는 관객이라면 놓치지 마시라. 1월 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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