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0Km

영화 이야기 2015. 7. 21. 19:31 Posted by cinemAgora

스페인 영화 <10,000Km>(7월 16일 개봉)는 기발하고도 통찰적인 연애 영화다.


"기발하다"고 말한 것은, 유비쿼터스 시대의 연애 풍속도를 그 매체를 활용해 보여준다는 것이고, "통찰적"이라고 말한 것은, 매체 환경의 변화가 사랑이라는 감정, 혹은 남녀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우화적으로 포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알렉스와 세르기는 7년째 연애중(사실상 동거중)인 커플이다. 여전히 서로를 엄청 사랑한다. 이런 와중에 사진 작가인 알렉스가 미국 LA에서 후원하는 1년짜리 프로젝트를 떠나게 된다. 두 사람은 스카이프를 통해 원거리 연애를 계속하고, 외로움을 달랜다.


이게 기둥 줄거리다. 참 단순하다. 그러나 이야기의 전개가 얼마나 흥미진진할지에 집중을 한다면, 당신은 포커스를 잘못 맞춘 것이다. 이 영화는 스카이프와 페이스북과 문자 메시지 등으로 멀어도 가까이 있음을 끊임 없이 확인하는 이들의 연애가 어떻게 훼손되지를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은근 슬쩍 말이다.


그러니 각자의 자리에서 술에 취해 애인이 보이는 노트북 컴퓨터를 껴안고 춤을 추는 약간은 우스꽝스러운 장면은, 만 킬로미터의 거리를 뛰어 넘은 듯 보이는 이들의 친밀감은, 사실은 시뮬라크르, 즉 진짜처럼 보이는 가짜일 뿐이었으며, 둘의 고독을 더욱 깊게 만들었을 뿐이라는 아이러니를 툭 제시한다. 사실 그건 SNS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현대인들의 아이러니다. 우리는 고독을 극복하기 위해 사이버 세상에 접촉하지만 개인의 외로움은 더욱 깊어졌다. 같이 있지만 따로 있는 것이다. 이 영화는 그런 세태에 대한 풍속화에 가깝다. 하여 이 영화의 제목을 <SNS가 사랑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고찰>이라고 바꿔도 무방할 것이다.


섹스신으로 시작하는 영화의 도입부 20분 정도 분량의 롱테이크는 매우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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