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앤 머시

영화 이야기 2015. 7. 21. 19:30 Posted by cinemAgora

영국 밴드 '비틀즈'의 이른바 "브리티쉬 인베이션(영국인의 침공)"에 맞서 미국인의 자존심을 지켰던 대표적인 밴드가 '비지스'다. 한편 동시대에 활동했던 미국 뮤지션 중, '비치 보이스'라는 밴드는 내게 딱 한곡으로 각인됐다.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음직한 "Surfin U.S.A." 어찌보면, 비치보이스는 한국의 '쿨'이 그랬듯, 주로 여름 노래를 부르는, 그야말로 'Easy Listening' 계열의 로큰롤 춤곡으로 인기를 끌던 반짝 스타 정도로 인식되었다고나 할까?


이런 편견, 또는 고정 관념이 틀렸다고 일깨워주는 영화는 고맙기 그지 없다. 7월 30일 개봉을 앞둔 <러브 앤 머시>가 바로 그런 영화다. 이 작품은 비치 보이스의 리더이자 대부분의 곡을 작곡한 브라이언 윌슨이라는 인물에 초점을 맞춘다. 나는 그가 신경 쇠약으로 활동을 중단해야 했으며, 두 명의 동생을 먼저 저 세상에 보낸 아픔을 겪었다는 사실을 이 영화를 통해 처음 알았다. 소녀 감성의 여름 음악에 머물지 않고, 지금 들어도 꽤나 실험적인 'Pet Sounds'라는 전설적인 앨범의 산파 역을 했다는 것도. 무엇보다 그를 망상적 정신분열증환자로 몰아 약물 과용을 부추긴 의사 때문에 삶을 망가뜨릴 수 있는 절벽 끝까지 다녀왔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브라이언 윌슨의 드라마틱하고도 굴곡진, 어쩌면 매우 비극적인 삶은 비치 보이스의 이미지와는 완전히 상반된다. 사람들은 대중 스타를 매스미디어가 취사 선택한 이미지로 소비한다. 그러나 그 스타덤의 이면을 들여다 보면, 역시나 보여지지 않는 고통이 존재한다. 보편적 인간의 고통 말이다. 영화는 언제나 거기에 흥미를 갖는다. 그리고 이 영화 <러브 앤 머시>는 그 지점을 꽤나 강렬하게 끄집어 낸다. "구원은 사링에 있다"는 말은 매우 추상적이다. 영화는 추상을 구상화한다. 그 구상화가 밀도를 가질 때 관객은 감동한다. 이 영화에는 그 힘이 있다.


나이 든 이후, 새로운 사랑을 만나 희망을 재충전하는 브라이언은 존 쿠삭이, 신경 쇠약에 시달리며, 롤링스톤지 선정 인류 500대 앨범의 2위 자리에 올라갈 'Pet Sounds' 앨범을 설계한 젊은 시절의 브라이언은 폴 다노가 연기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갈 때 두 배우가 주거니 받거니 상처와 그 결과적 증후를 연기하는 모습은 가히 압권이다.


영화를 보고 나면 비치 보이스가 새롭게 보일 것이다. 그들의 공연 장면이 단 한번도 나오지 않음에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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