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프랑스인들은 <레미제라블>을 보며 자존심이 상했을지도 모른다. 프랑스 혁명을 소재로 한 프랑스 작가의 작품이 프랑스가 아닌 영국에서 뮤지컬로 만들어져 전세계적으로 대성공을 거두는 게 마뜩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뮤지컬 <1789 바스티유의 연인들>은 프랑스 대혁명의 주체이자 직계 후손들의 자존심이 오롯이 묻어나는 작품이다. <레미제라블>이 프랑스 혁명을 중경으로 처리하고 있다면, 이 작품은 혁명의 중심으로 곧장 치고 들어간다. 이 혁명 서사는 그러나, 프랑스인들의 더욱 세련되고 아방가르드한 음악과 안무, 무대 장치에 힘입어 더 폭넓은 현대성을 확보하며 부활한다. 이 공연 실황이 3D 스크린으로 재연돼 9월 18일 국내 개봉한다.
아마 이와 비슷한 작품, 이를테면 5,18 광주 민중 항쟁을 소재로 한 뮤지컬이 한국에서 만들어진다면, 당장 빨갱이 작품이라고 돌을 맞았을 것이다. 그러나 <1789 바스티유의 연인들>은 에둘러 말하지 않는다. "만인은 법앞에 평등하다"라고 외치며 프랑스 혁명의 정신을 되새기는 이 작품은 여전히 "고통에 힘입어 일어서라"고 노래한다. 감동적인 외침이다. 그건 성공한 혁명의 전통을 가진 이들만이 노래할 수 있는 외침이며 자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