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때문에 남을 죽이면 치정극이 되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으면 멜로가 된다. 그렇다면 사랑 때문에 지가 죽으면?
여기 사랑에 목숨 거는 녀석이 있다. <찰리 컨트리맨>(프레데릭 본드 감독, 8월 28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의 찰리(샤이아 라보프)다.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슬픔을 달래기 위해 그는 무작정 루마니아의 부쿠레슈티로 떠난다. 왜 하필 거기일까? 그건 모른다. 그냥 거기여만 할 것 같다. 비행기 옆좌석에 앉은 아저씨가 자꾸 귀찮게 말을 건다. 그런데 이 아저씨 잠들다가 저 세상으로 가버렸다. 저 세상으로 가기 직전에 자신의 딸에게 뭔가를 전해주라는 말을 남겼다. 이게 웬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공항에 도착해 숨진 남자의 딸 게비(에반 래이첼 우드)를 본 찰리, 띠요용~! 사랑에 빠져 버린다. 매력적이어도 너무 매력적인 게비 앞에서 찰리는 이 운명적 사랑의 장난에 포로가 되어 버리기로 작정한다. 그런데 잔인한 운명의 장난은 또 있었다. 게비는 이미 그 지역의 유명한 악당의 여자였다. 게비 옆을 얼쩡거리는 찰리는, 혼쭐이 나지만, 그는 이미 스스로 감정의 브레이크를 고장낸 뒤였다. 멈추지 않는 질주가 시작된다. 목숨을 건다.
영화 <찰리 컨트리맨>은 다분히 영화적이다. 영화니까 당연히 영화적이지! 하며 이 말을 웃기게 듣겠지만, 한 남자의 감성이 솟구치는 순간을 판타지스러우면서도 누아르적으로 풀어 헤친다는 얘기다. 이 영화는 희한하다. 멜로면서 누아르다. 두 어울리지 않는 요소가 잘 붙는다. 그걸 잘못조합한 케이스가, 이를테면 이정범의 <우는 남자>였다면, 이 영화는 그걸 차별화 포인트로 승화시키는 데 성공한다. 물론 감독은, 이런 지독한 사랑을 영화 속에서나마 확인해야 할만큼 현실의 사랑이 대개 그리 지독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니까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