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단 일각에서, 혹은 대다수의 관객이 영화를 논하는 방식은, 영화의 내적 완성도를 따지는 것입니다. 배우의 연기가 어떻다, 화면이 화려하다, 줄거리가 산만하다 등등 대개 영화의 작품적인 밀도를 가지고 평하는 게 보편화되어 있습니다. 물론 영화의 내적 완성도는 매우 중요합니다. 주제 의식이 아무리 훌륭하고 통찰적이어도 완성도가 미흡하면 관객들을 설득시키는 데 성공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영화가 가진 내적 완성도와 더불어 사회와 맺고 있는 상호작용, 즉 콘텍스트를 중요시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어떤 맥락에서 그 영화가 당대 관객들에게 의미를 갖는가, 저는 이런 비평 방법론을 주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영화 <명량>이 오늘 동원 관객수 1,5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영화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말들이 많지만, 어째서 이 영화가 이토록 많은 관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는지에 대해 분석하는 것도, 평론가의 임무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이순신 리더십'이라는 말이 유행입니다. 당연히 <명량>의 여파죠. 누차 말하지만, 영화의 폭발적인 흥행 현상은 늘 당대 관객들이 가지고 있는 결핍 지점 또는 열망과 광범위한 접점을 만들어낼 때 벌어집니다. 그렇다면 영화 <명량>이 만들어낸 접점의 함의가 무엇인지를 따져야 할 것입니다.
바다에서의 역사적인 전투를 재연하고 있는 이 영화의 폭발적인 흥행 이면에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중의 부채감이 깔려 있다고 봅니다. 묘하게도, 이순신 장군이 전투를 치른 명량, 즉 울돌목은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진도 앞바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입니다. 그리고 배가 등장합니다. 풍전등화의 위기에 빠진 12척의 배입니다.
그렇다면, 이순신 리더십의 정체가 어떤 맥락일까는 비교적 명확해진다고 봅니다. 세월호의 선장이 만약 이순신과 같은 사람이었다면, 세월호의 구조 책임자가 만약 이순신과 같은 명석한 판단의 소유자였다면, 세월호의 대응 지침을 내릴 정부 지도자가 이순신처럼 연민과 명민함을 동시에 갖춘 이였다면, 이라는 가정법 과거완료가 이 영화를 힘있게 밀어주는 잠재적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저는 봅니다.
물론, 이런 시각을 아전인수의 확대해석이라고 봐도 상관 없습니다. 당연히 <명량>은 앞서 말한 부분을 직접 연상시키지 않습니다. 그러나 충격적인 사건은 집단 안에 트라우마를 만듭니다. 그리고 간접적이나마 그 트라우마와 연관성이 있는 문화 상품을 접할 때 일종의 점화 효과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렇게, 영화가 대중적 관심을 포획하는 수준을 넘어 하나의 '현상'으로 고양되는 데는 이면의 사회적 맥락, 또는 집단 심리적 맥락이 존재합니다. <명량>의 흥행 현상은 자랑스러운 역사적 인물의 고군분투를 확인하고 마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지금, 이 시대에 부재한 리더십에 대한 대중의 결핍감이 만들어낸, 거대한 집단 무의식적 반작용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