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애국주의 vs. 다양성

영화 이야기 2014. 8. 13. 16:12 Posted by cinemAgora

내가 얼마전에 15개 관을 가진 멀티플렉스가 15편의 영화를 튼다는 프랑스의 사례를 들며 한국 극장가의 독과점이 얼마나 심각한지 강조했더니 이런 댓글이 달렸다. 

"그래서, 프랑스 영화처럼 한국영화도 부진해지란 말인가?" 

어떤 근거에서 프랑스 영화가 부진하다고 말하는 건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프랑스의 자국영화 점유율은 40% 안팎이다. 유럽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다. 한국에서 프랑스 영화를 접할 기회가 적으니 프랑스 영화가 부진한 줄 아는 전형적인 '동굴의 오류'다. 극장에서 허구한날 보는 게 한국영화 아니면 미국영화이니, 이렇듯 우물안 개구리가 되는 것이다. 

사실 자국영화 점유율보다 더 중요한 건 따로 있다. 그 나라의 영화 문화가 얼마나 다양한가를 따져야 할 것이다. 우리는 언론부터 한국영화의 점유율이 얼마인가에 따라 "호황"과 "침체"를 논하는데, 여기에는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공감대가 빠져 있다. 요컨대 관객들조차, 영화 문화를 논할 때 '한국영화 vs. 할리우드'라는 문화 애국주의적 경마 중계식 프레임에 구속되어 있는 것이다. 

예전 한국 영화인들이 스크린쿼터 사수 투쟁을 벌일 때 내세운 논리는 '문화의 종다양성'이었다. 할리우드 영화만이 먹히는 시장에서는 문화적 종다양성이 침해되니 우리의 문화인 한국영화도 운신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가져야 한다는 논리였다. 나는 덕분에 문화적 종다양성이라는 그 '고급진' 개념을 배울 수 있었다.

지금은 어떤가? 거의 매년 한국영화 점유율이 50%를 넘기지만, 문화적 종다양성이 확보되었는가? 국내 메이저 배급사의 영화와 미국영화가 반반씩 나눠가지는 시장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그게 다양성이라고 우긴다면 할 말이 없다. 지구상의 나라는 200개가 넘고, 문화권의 숫자는 그보다 훨씬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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