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천국제영화제 초청작인 <원컷 어느 친절한 살인자의 기록>은 한국의 영화사 조아와 일본의 니카츠가 합작한 저예산 스릴러 영화다.
제목대로 영화는 단 하나의 컷으로 1시간 30분 동안 관객들을 기이한 살인의 현장으로 안내하는데, 사실 이 영화는 55개의 컷을 한 컷처럼 이어 붙인 것이다. 어쨌든 그 트릭은 상당히 효과적이어서 이른바 '파운드 푸티지 장르(숨겨졌던 기록 영상을 찾아 보여주는 것처럼 설정하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기법)'의 장점을 최대치로 활용하고 있다.
일본 AV 여배우 아오이 츠카사를 캐스팅한 이 영화는 일본의 로망 포르노나 핑크 무비의 전통을 이어 뜬금 없는 노출과 섹스신을 등장시키기도 하는데, 살인 현장 속에서의 섹스라는 설정은, 그 자체로 영화의 그로테스크함을 강화하는 데 적절히 활용된다.
제작비 1억 원이 조금 넘는 저예산의 한계를 하이 컨셉으로 돌파하는 저력은, 이 영화의 감독이 이미 비슷한 예산으로 100여 편의 영화를 연출한 시라이시 코지이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작품이다.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만 있는 창작자들에겐 상당한 자극이 될 것이다. 중요한 건 돈이 아니라 아이디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