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엣지 오브 투모로우' 반복의 미덕

영화 이야기 2014. 6. 10. 15:20 Posted by cinemAgora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외계 종족의 지구 침략과 이에 저항하는 지구 연합군, 그리고 타임루프에 걸린 주인공이라는, 소재적으로는 다분히 SF적인 전형성을 담은 작품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특별히 흥미로운 것은, 주인공이 죽었다가 살아나기를 수없이 되풀이한다는 데 있다. 즉, '반복'이라는 화두에 SF적 상상력을 버무린 매력이다.

사실 일상 속의 반복은 우리들에게 권태를 선사한다. 어제와 똑같은 오늘, 오늘과 똑같은 내일을 되풀이하는 건, 톱니바퀴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천형과도 같다. 주인공은 외계인과의 우발적인 접촉으로, 바로 이 반복의 천형에 걸린 지극히 운나쁜, 그러나 어쩌면 엄청난 행운을 붙잡은 당사자이다.

행운이라 말한 것은 반복이 단순히 반복이 아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그는 수없이 죽되 궁극적으로 불사의 존재가 된 것이다. 아무리 죽어도 다시 살아날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가 된 것이다. 게다가 주인공은 반복을 그저 반복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반복을 통해 조금씩 진보해나간다. 반복되는 것 속에서 미세하게 다름을 발견한다. 무엇이 잘못됐다는 걸 알게 되고, 그것을 개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을 알게 된다. 바꿀 수 있는 것의 영역 안에 '사람'이 있다는 건 중요하다. 그는 처음에 조력자를 찾게 되고, 나중엔 동료들을 설득할 수 있게 된다.

주인공의 능력은, SF 장르 영화에 걸맞게 위기에 빠진 인류를 구하는 플롯에 온전히 복무하지만, SF의 외피를 살짝 걷어내고 본다면, 인간의 삶 속에서 '반복'이 주는 양면성을 영화가 흥미롭게 활용하고 있음을 목격할 수 있다. 즉 권태 이면의 진화적 기제로써의 반복 말이다.

그 어떤 반복도 과거의 카피가 아니다. 상황은 그대로 반복되었을지정, 본질적으로 다른 것은, 그 반복의 상황을 우리가 경험했다는 것이다. 그것이 반복에 다른 무늬를 그려 넣을 수 있는 여지를 안겨준다. 반복에 종속되는 것은, 주체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주체의 각성은, 반복을 경험으로 축적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사실, 그게 인간이란 존재가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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