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저 & 로사' 방황하며 크는 법

영화 이야기 2014. 5. 14. 11:10 Posted by cinemAgora




"상처를 줄 의도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어떤 행동으로 말미암아 누군가 상처를 받는다면, 그건 내 잘못일까?" 다음주 개봉하는 영국 영화 <진저 & 로사>가 내게 안겨준 화두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로 핵전쟁의 위협이 도사리던 때, 하필 히로시마 원폭이 터진 1945년 같은날 태어난 열여섯 동갑내기 단짝 진저와 로사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 그들은 반핵 시위에 참가하며, 자신들의 숭고한 가치를 외친다. 

가치를 공유한다고 해서 다가 아니다. 로사가 진저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모종의 사랑을 시작하면서 소울메이트와도 같았던 두 사람 사이에는 균열이 생긴다. 로사는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래서 자신의 상처 입은 가슴과 두려움을 핵전쟁의 공포라는 더 큰 포장으로 덮으려 한다.

로사의 눈에 어른들의 세계도 다르지 않다. 엄마와 사이가 틀어진 아빠는 자유주의자다. 그 어떤 규율이나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롭게 살고자 하는 이다. 로사는 엄마보다 그런 아빠가 더 멋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아빠의 자유주의적 태도는 엄마와 자신을 힘들게 한다. 상처를 입힌다. 

흔히들 "삶의 부조리"라고 일컫는 것은, 비단 인간의 유한성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닐 것이다. 어쩔 수 없이 관계 안에서 살아가야 하는 우리는 그 안에서 의도하든 의도치 않든 상처를 입히고 상처를 받는다. 영화 <진저 & 로사>는 성장 영화의 틀 속에서 바로 그런 부조리한 삶의 단면에 홍역을 앓는 한 10대 소녀의 신경증적 방황기를 담아낸다. 

진저 역을 맡은 엘르 패닝은 잘 알려진 아역 배우 출신 다코타 패닝의 친동생이다. 영화 속의 진저는 열 여섯으로 설정돼 있지만, 촬영 당시 그녀의 나이는 열 세살이었다. 언니만큼 연기력이 천재적이다.

,
BLOG main image
3 M 興 業 (흥 UP)
영화, 음악, 방송 등 대중 문화의 틀로 세상 보기, 무해한 편견과 유익한 욕망의 해방구
by cinemAgora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187)
찌질스(zzizzls) (3)
영화 이야기 (702)
음악 이야기 (34)
TV 이야기 (29)
별별 이야기 (122)
사람 이야기 (13)
3M 푸로덕숀 (156)
애경's 3M+1W (52)
민섭's 3M+α (27)
늙은소's 다락방 (26)
라디오걸's 통신소 (1)
진영's 연예백과사전 (4)
순탁's 뮤직라이프 (10)
수빈's 감성홀 (8)

달력

«   2024/03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NM Media textcube get rss DNS Powered by DNSEver.com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3 M 興 業 (흥 UP)

cinemAgora'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 Supported by TNM Media
Copyright by cinemAgora [ http://www.ringblog.com ]. All rights reserved.

Tattertools 티엔엠미디어 DesignMyself!
cinemAgora's Blog is powered by Textcube. Designed by Qwer999. Supported by TNM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