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찰리 채플린이 한 말이죠. 하지만 인생은 가까이서 봐도 희극일 때가 있습니다. 인생의 그 희극성을 미시적면서도 세밀하게 통찰하는 영화 감독들이 있습니다. 할리우드에 우디 앨런이 있다면, 한국에는 홍상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프랑스에는...아녜스 자우이라는 여성 감독이 있습니다. 배우로도 유명한 아녜스 자우이는 일찍이 <타인의 취향>이라는 영화를 통해 사람의 '취향'을 매개로 엇박자를 내는 관계의 희극성을 탁월하게 표현한 바 있습니다.
2월 13일 개봉하는 그녀의 신작 <해피엔딩 네버엔딩>에서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동화들을 비틀며 삶의 희극적 풍경들을 건져 올립니다. 신데랄라, 잠자는 숲 속의 공주, 백설공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이 현대의 프랑스로 옮겨와 다양한 인물들의 삶 속에서 패러디됩니다. 패러디이기 때문에 단순한 모방은 아닙니다. 아녜스 자우이는 구두를 남겨두고 파티장을 빠져나간 신데렐라를 슬쩍 남자로 바꿔 놓고 남녀들의 짝짓기 행각을 펼쳐 보입니다. 그렇다고 로맨스에만 집중하지 않는 게 이 영화의 미덕입니다. 남녀 주인공과 관련된 다양한 인물들이 보여주는 집착과 두려움, 신경증 등을 통해 현대인의 초상을 커리커쳐처럼 포착해 냅니다.
유쾌함과 씁쓸함이 교차하는 영화를 만든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영화에 직접 출연한 아녜스 자우이는 그 쉬운 일이 아닌 작품을 정말 잘 만들어내는 영화 감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