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썰미가 있는 관객이라면 눈치 채셨겠지만, 영화 <인사이드 르윈>의 마지막 신에서 르윈이 클럽 바깥으로 나갈 때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이는 흐릿한 중경으로 처리돼 있습니다. 르윈이 슬쩍 그를 쳐다 보며 클럽 바깥으로 나가서 영화의 맨 앞 신이 그대로 반복되는 장면, 즉 정체 모를 남자에게(물론 그 남자의 정체는 나중에 밝혀지지만) 흠씬 맞는 대목에서 클럽에서의 노래가 계속 흐르죠. 그 노래가 바로 <인사이드 르윈>에서 첫 공개되는 밥 딜런의 "Farewell"이라는 곡이죠. 영화의 시대 배경을 감안했을 때 르윈이 슬쩍 쳐다봤던 가수는 아마도 밥 딜런이겠죠. 무명 시절의 밥 딜런. 

자존심 빼고는 쥐뿔도 없는 르윈이 시카고로 오디션을 보러 가기 위해 약간은 황당한 여행을 하고 돌아온 뒤, 그가 잠깐 잃어버렸던 교수님의 고양이 이름이 "율리시즈"였음을 알게 됩니다. 율리시즈는 호머의 서사시 <오뒷세이아>의 주인공 '오딧세우스'의 로마식 이름이죠. 트로이 전쟁을 마친 뒤 집으로 올아오는 여정의 모험을 담은 작품이 <오뒷세이아>라면, 고양이 율리시스는 <인사이드 르윈>의 서사적 틀이 <오뒷세이아>의 재연임을 은근히 드러내는 장치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코엔 형제는 2000년대 초에 선보인 <오, 형제여 어디에 있는가>로 <오뒷세이아>의 컨트리 버전을 선보인 바 있으니, 이번 작품은 아마도 포크 버전쯤이 되지 않겠나 싶습니다.

어쨌든 르윈은 미천하고 허름한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지만, 세상은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 증거가 영화 말미에 코엔 형제가 슬쩍 삽입한 밥 딜런이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비록 르윈은 끝내 무명으로 남았을지라도, 그의 길 어딘가에서 그는 포크의 전설이 될 밥 딜런과 같은 공간에서 마주쳤던 것입니다. 잔인하지만 정겨운, 우연과 필연, 한숨과 낙관의 교차. 그 삶의 역설이 영화 <인사이드 르윈>이 포크라는 음악에 보내는 해석이자 헌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q-I1y8RpmX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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