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종류의 일본 애니메이션은 굉장히 미묘한 느낌을 줍니다. 기본 설정은 아주 단순한 것 같은데,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방식이 아주 독특하거나, 아니면 대사톤이 상당히 사색적인 경우를 만나곤 합니다. 이를테면 <초속 5센티미터>와 <언어의 정원>의 신카이 마코토가 그런 작품을 아주 잘 만드는 감독이죠.
오늘 언론 시사를 통해 본, 그 제목도 무진장 긴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나가이 타츠유키)라는 작품도 또 다른 의미에서 미묘한 느낌의 일본 애니메이션입니다. 그림체는, 등장하는 캐릭터 모두 왕방울 눈을 가진 상당히 아동틱(?)한 톤인데, 일찍 세상을 떠났다가 혼령(?)으로 다시 돌아온 '멘마'라는 소녀와 그와 관련된 다섯 친구의 숨겨진 트라우마들이 하나둘씩 드러나면서 첫 사랑에 관련된 이들 사이의 엇갈린 고뇌들이 마치 숨바꼭질처럼 관객을 쥐락펴락합니다. 그러니까 일종의 판타지 청춘 멜로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약간 'too much'라고 느껴질 정도의 닭살스러움과 제법 세련된 감수성의 경계를 슬쩍 슬쩍 넘나들면서 마치 젊은 세대를 위한 동화같은 느낌을 선사한다고나 할까요? 10대 후반, 20대 중반 정도의 세대에게는 어필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