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FF2007] <수> 야외무대 후기

영화 이야기 2007. 10. 6. 15:55 Posted by cinemAgora
사용자 삽입 이미지

최양일 감독의 잔혹 하드보일드 <수>가 부산 관객 앞에 섰다. 최양일 감독이 함께였으면 더 좋았겠지만, 오늘 무대 인사에는 주연배우 문성근, 지진희, 강성연이 나왔다. 바로 며칠전 노무현 대통령을 따라 정상회담을 수행하고 돌아온 문성근은, 대기실에서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며 수행 성과를 설명하느라 분주했다. "그쪽에 있는 영화 우리한테 좀 빌려주고, 우리도 그쪽에 없는 영화가 있으면 줄 수 있다고 했어." 슬쩍 "어땠냐"고 했더니 "술에 쩔어서 내려왔다"고 농담을 한다. 그렇다면 부산에 더 있는 게 여독과 술독을 푸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할 터. 연극에도 출연 중이라 무대 인사가 끝나고 곧바로 서울로 가야 할 정도로, 여전히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공사가 다망하니 흰머리도 제법 늘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진희는 내가 미리 "질문 내용을 알려드릴까요?" 하자 손사래를 친다. "미리 알면 잼 없잖아요." 그다운 태도다. 실제로 그는 그 수더분하고 잘생긴 인상에 걸맞게 성격도 호탕했다. CF에서 구축된 반듯한 이미지가 오히려 핸디캡이 될 수도 있을 터. 그래서 더 그다지 '정상적이지 않은' 영화만 찍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부터 <오래된 정원> <수> 등 하나 같이 녹록치 않은 작품들에 녹록치 않은 캐릭터였다. 그의 표현을 빌면, 이미지를 배신하려는 도전이다.

<왕의 남자> 이후 예상과 다른 영화 행보를 보이고 있는 강성연은, 야무진 말투와 인상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처절한 폭력신으로 점철된 이번 영화 <수>에서 몸 고생이 많은지라 촬영 끝내고 안 아픈 곳이 없더라는 후일담을 전해줬다. 그 역시 도전이라는 단어를 썼다. 내가 보기에 그가 최양일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기로 한 건, 산행 초보자가 에베레스트에 도전한 것이나 다름 없어 보인다. 하지만 썩 잘해냈다.

흥행 라운드를 끝낸 영화의 재조명, 영화제에서나 나눌 수 있는 복기가 이어졌다. 야외무대도 이렇게만 진행되면 참 알차진다. <수>의 세 배우처럼 생각 많고 말 잘하는 영화인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대신 사진을 촬영해준 자원활동가 분께 감사드린다.
,
BLOG main image
3 M 興 業 (흥 UP)
영화, 음악, 방송 등 대중 문화의 틀로 세상 보기, 무해한 편견과 유익한 욕망의 해방구
by cinemAgora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187)
찌질스(zzizzls) (3)
영화 이야기 (702)
음악 이야기 (34)
TV 이야기 (29)
별별 이야기 (122)
사람 이야기 (13)
3M 푸로덕숀 (156)
애경's 3M+1W (52)
민섭's 3M+α (27)
늙은소's 다락방 (26)
라디오걸's 통신소 (1)
진영's 연예백과사전 (4)
순탁's 뮤직라이프 (10)
수빈's 감성홀 (8)

달력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TNM Media textcube get rss DNS Powered by DNSEver.com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3 M 興 業 (흥 UP)

cinemAgora'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 Supported by TNM Media
Copyright by cinemAgora [ http://www.ringblog.com ]. All rights reserved.

Tattertools 티엔엠미디어 DesignMyself!
cinemAgora's Blog is powered by Textcube. Designed by Qwer999. Supported by TNM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