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언론 시사로 본 프랑수아 오종의 <인더 하우스>(원제: Dans la maison, 7월 4일 개봉)에서 고등학교 문학 교사 제르망과 그의 아내이자 갤러리 큐레이터 쟝이 나누는 대화가 흥미롭더군요.
쟝: "예술이 인간에게 뭘 가르쳐주겠어. 문학에서 우리가 뭘 배우는데?"
제르망: "적어도 감수성은 기를 수 있잖아."
굉장히 근원적인 질문입니다. 예술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영화 속에서 쟝은, 특히나 예술의 기능에 대해 더욱 냉소적입니다. 갤러리에서 해고되지 않기 위해 미술품 전시를 기획하는 신세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하나라도 팔려야 갤러리가 유지되는 현실, 그러니까 예술이 고급 취향의 소비 활동에 불과하다는 데 대한 자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제르망은 영특한 제자 클로드의 작문을 보고, 그에게 흥미를 갖기 시작하는데, 그의 글솜씨 때문이기도 하지만 클로드가 친구의 어머니에게 연정을 품고 있다는, 자극적인 상황 때문이기도 합니다. 제르망은 그런 클로드에게 짐짓 윤리적 기준을 들이대지만, 이 소년의 행보가 어떻게 흘러갈지에 대한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합니다. 마치 열독하는 만화책의 다음편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소년처럼, 제르망은 클로드의 다음 글을 읽고 싶어 안달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선생인 제르망과 제자 클로드, 그리고 클로드가 글을 쓰기 위해 친구의 어머니에게 다가가는 과정 사이에 일련의 연쇄적 상호 작용이 일어납니다. 이 과정은 전형적으로 훔쳐 보기의 과정이지요. 클로드는 친구의 어머니를 훔쳐 보고, 제르망은 클로드의 훔쳐보기를 논평하는 척 하면서 훔쳐 봅니다. 이들 사이에서 예술은, 그저 잠재된 욕망과 호기심의 충족,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처럼 묘사됩니다. 그리고 글을 쓰기 위해 현실까지 조작하는 지경에 이릅니다. 현실이 글의 질료가 아니라, 글이 현실의 질료가 되는 역전 현상이 벌어집니다.
우리가 예술 작품을 감상한다는 것은, 더 윤리적이고 더 합리적이고, 더 폭넓은 인격의 소유자가 되기 위함일까요? 제 주변에서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 가운데, 더 편협하고, 더 완고하고, 더 우울한 사람이 많은 걸 보면, 그게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어찌됐든 예술은, 인간에게 도덕률을 가르치는 분야는 아니겠죠. 어쩌면 우리는 예술을 통해 우리에게 내재된 추함과 욕망의 그늘을 우아한 방식으로 확인하고 싶어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 추함과 욕망을 확인함으로써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을 조금이라도 넓힐 수 있다면 다행일 겁니다. 선뜻 정답을 말하기가 쉽지 않은 문제라는 건 분명합니다. 예술이라는 미로에 빠져 버린 이 영화 속의 인물들처럼 말이죠.
<인더 하우스>를 통해 도대체 예술의 정체는 무엇이고, 그걸 통해 우리가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 탐문해 보시기 바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