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에게 슈퍼맨은 전형적인 메시아 서사의 투영이다. 출생부터 지구인이 아닌 그는 엄청난 괴력으로 지구와 인류를 구원한다. 아마도 대기권 바깥으로 나가 지구를 굽어볼 수 있는 슈퍼 히어로는 그가 유일할 것이다.
<다크 나이트>의 크리스토퍼 놀란이 제작하고, <300>의 잭 스나이더가 연출한 <맨 오브 스틸>은 슈퍼맨의 탄생 비화와, 그 탄생 비화와 연관돼 지구가 맡게 되는 거대한 위협에 집중한다. 그리고 슈퍼맨으로 성장하기까지 클락이 겪어야 했던 숱한 수난의 역사를 보여준다. 게다가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스스로 빌라도에게 잡혀간 예수처럼 클락 역시 지구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 인질을 자처한다. 이건 거의 그대로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빼다 박았다.
잭 스나이더 버전의 슈퍼맨이 크리스포터 놀란과 만나면서, 기존의 슈퍼맨을 조금 다른 시각으로 다루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었다. 하지만, 슈퍼맨이 가진 미국 사회의 상징성, 앞서 말한 메시아의 재연이라는 점에서 <맨 오브 스틸>은 동어 반복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VFX의 대가 답게 엄청나게 빠른 속도와 강력한 충돌의 비주얼적 쾌감을 정신 없이 전시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아바타>나 <다크 나이트>처럼 실컷 비주얼의 향연을 즐긴 뒤 극장문을 나서며 뭔가 묵직함을 안게 되는, 생각하는 블록버스터의 계보에 포함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