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 있자, 내 책 홍보 글을 리트윗하거나 관심글 누른 사람들은 다 책을 산다는 얘기인가? 책이 나와 축하해, 뭐 그런 뜻인가. 암튼 생계형 지식 앵벌이 노동자의 입장에서 책을 냈을 때 재정적으로 얼마나 초라한 변화가 생기는지 설명을 함으로써, 독자들의 동정 어린 구매 행위를 유발해야 겠다는 야심이, 갑자기 돋는다.
우선, 첫 출간시 1쇄 2천부를 찍는데, 이 가운데 홍보용 3백부를 뺀 1천 700부에 해당하는 인세 10%를 받는다. 그러니까 책 값이 1만 3천 원이니까 그 10%인 1,300원 X 1,700부=2,221,000원이 내가 받는 작가료가 되겠다. 이 가운데, 지난해 원고를 넘길 때 계약금 겸 선인세로 100만 원을 받았으니 이번달 내 통장에 꽂히는 돈은 1,221,000원이 된다는 얘기. 물론 여기서도 3.3%의 세금을 뺀 나머지 금액을 받는다.
이게 많은 돈이라면 많은 돈이겠지만, 책 한 권 쓰는데 투여되는 노동량에 비하면 엄청나게 저렴한 대가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돈을 더 벌려면 무조건 2쇄를 찍게 하는 방법 밖에 없다. 그러려면 일단 초판 1쇄가 다 팔려야 한다는 전제가 따라 붙는다.
듣기로 대한민국 출판 시장에서 1쇄 2천부를 다 소진하는 책은 전체의 5%를 밑돈다고 한다. 불행히도 내가 만약 95%에 속하게 된다면 나는 2,221,000원을 받고 책 한 권 낸 상징적 효과에 만족해야 하는 신세가 된다는 얘기가 되겠다.
그러므로 웬만한 인지도를 갖춘 유명 작가가 아닌 이상, 책을 내 떼돈을 버는 건 구조적으로 언감생심이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서점에서 인기 없기로 소문난 문화/예술 파트로 분류되는 게 두려워 편법적으로 에세이로 분류하도록 포장한 것도 그 때문이다.
나는 그저 2쇄를 찍은 저자로 기록되고 싶을 뿐이다. 그렇다면, 5% 안에 들어 또 누군가 책을 내자, 하는 제안을 해올지 누가 알겠는가. 그렇게 재생산 구조를 확보할 수 있다면, 그래서 작으나마 활자화된 영화 담론의 한 켠을 이어나갈 수 있을 수 있다면, 그걸로 대만족이다. 그래서 읍소와 협박을 동원해 어떻게 해서든 1,700부를 팔아야 하는 것이다. 저자의 품격? 그딴 건 개나 줄 일이다.
그리하여, 나는 지하철 바닥에 난짝 엎드린 걸인의 심정으로 제발 책을 사달라고, 평론가가 평론가로 살게 해달라고 구걸하고 또 구걸할 작정이다. 앵벌이는 그래야 하는 것이다.
<무비스토커> 온라인 구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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